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6월1일 자택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YTN화면 캡쳐>

(서울=포커스데일리) 재판거래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의 PC 하드디스크가 이미 '디가우징' 된 것으로 밝혀졌다. 

26일 검찰 관계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용했던 컴퓨터가 지난해 10월 디가우징됐다는 사실을 전달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고조돼 추가조사가 착수되는 시기였기 때문에 디가우징의 경위 파악이 필요하다"라고 해 검찰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와 관련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어제(26일) 저녁 퇴근길에 취재진이 디가우징 과정을 묻자 "해당 컴퓨터의 사용자가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또 '디가우징 처리 전에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보고됐느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PC 디가우징 시기는 2017년 10월 31일, 박 전 대법관의 PC 디가우징 시기는 지난해 6월 퇴임 즈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가우징은 강력한 자력을 이용해 물리적으로 하드디스크의 모든 데이터를 완전히 삭제하는 기술로 자료복구가 힘들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앞서 대법원은 26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의혹의 문건이 있었던 하드디스크를 빼고 자료를 제출했다. 

대법원은 이날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공무상 비밀 등에 해당되지 않고 구체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필요한 자료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법행정권 남용의혹과 관련성이 있는 410개의 주요파일은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비실명화한 극히 일부 파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원본 파일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드디스크는 제출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법원은 "하드디스크에는 의혹과 관련성이 없거나 공무상 비밀이 담겨있는 파일 등이 대량으로 포함돼 있다"며 제출 거부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런 파일에 대한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현재 상태는 임의제출이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9일 이번 사건을 특수1부에 배당한 뒤 이튿날 대법원 산하 행정처에 의혹 관련자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수사에 필요한 모든 자료들을 제출해달라고 서면으로 요청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증거 확보 차원에서 사상초유의 대법원 압수수색을 단행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현석 기자  nkc1@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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