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평양공동취재사진/MBC>

(서울=포커스데일리) 남기창 기자 = 이른바 이선권 냉면 발언 논란이 정가의 핫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발언의 진 위 여부를 둘러싼 공방도 첨예하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달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한국 대기업 총수에게 부적절한 언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선권 냉면 논란의 시초는 29일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상회담 일정 중 리선권 위원장이 한국 기업 총수들이 옥류관 냉면을 먹고 있는 자리에 불쑥 나타나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핀잔을 줬다고 주장하면서 부터다.

이에 당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고 인정하면서 "불쑥 온 건 아니고 그 자리에 있었다"며 "북측에서는 남북관계가 속도를 냈으면 하는 게 있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 소식이 알려진 후 정부와 여당은 각 언론과 야당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수세에 놓인 형국이 됐다.

문제는 정진석 의원이 주장한 이선권의 발언이 실제로 있었느냐에 대한 펙트 체크가 애매하다는 데 있다. 

논란이 된 후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31일 정례브리핑에서 "어떤 상황에서 그런 얘기가 있었는지 상황들을 조금 더 확인 중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의원의 주장대로 북한의 이선권 위원장이 목구멍으로 냉면 운운했다면 이는 그냥 넘어가선 안 되는 중대한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대북 전문가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명백한 잘못"이라고 평가했다. 

정세현 장관은 이 위원장의 냉면 발언은 4·27 판문점 선언 이행이 잘 안 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고도 해석했다. 
  
그러면서 "과거 남북회담에서 북한이 결례를 하는 경우가 몇차례 있었는데 그 때마다 북측 대표가 교체되기도 했다"며 "그런 의미에서 북측의 사과나 그에 걸맞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훈 국정원장도 31일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사실이라면 가만히 있을 일이 아니다. 분명히 짚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야당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31일 "얼마나 저자세로 일관했으면 이런 대우를 받나"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나라 경제가 위기인데 바쁜 분들 억지로 동원해서 이런 얘기나 듣게 하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리 위원장은) 10·4선언 행사 때도 '남북관계 파행의 책임은 반통일세력에 있다'며 한국 정치에 개입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30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무례와 천박함이 북한의 본모습이라고 해도 어떻게 이런 경우가 있나"라며 "총수들을 반강제적으로 데려갔으면 이런 모멸은 당하지 않도록 정부가 조치를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것이 남북관계 개선의 실상인지 국민 앞에서 이야기하라"고 요구했다.

이렇듯 최근 며칠간 정치권과 언론들이 일제히 냉면 발언을 두고 정부와 여당의 대북 관계에 대해 비판의 말과 글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선권의 냉면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1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재벌총수 3∼4명에게 직접 전화해 확인했지만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노컷뉴스도 당시 오찬에서 리선권 위원장과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한 인사의 말을 인용해 "리 위원장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CBS에 간접적으로 알려왔다고 전했다.
 
이 인사에 따르면 "'냉면이 목구멍에 넘어 가냐"는 얘기는 없었고 분위기도 좋았다. 다만 리 위원장이 '뭘 들고오셔야지, 그러면 제가 다 해드릴텐데'라는 취지의 발언을 몇 차례 반복했다"고 한다. 

노컷뉴스는 이 때문에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기분이 나빴을 수도 있겠지만 "냉면이 목구멍에 넘어 가냐"는 말은 없었다는 게 이 인사의 전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당시 북한을 다녀왔던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도 확인되지 않은 루머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1일 페이스북에 "저도 당시 옥류관 오찬에 갔었지만 그때 마침 두 정상의 평양선언이 발표된 직후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고 리선권 위원장이 군 출신이라 평소 말투가 좀 거칠다는 소리를 듣지만 그런 얘기를 할 상황은 전혀 아니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특히 정상회담 기간 중 방문한 기업인들을 포함한 우리 측 수행원들을 극진히 대접했던 북한 측의 태도를 감안할 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얘기"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확인되지 않은 루머에 정치권과 언론이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모습을 보면 아직도 우리가 분단시대의 논리에 사로잡혀 한반도와 동북아에 오는 새시대에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걱정이 듭니다."라고 쓴소리를 남겼다.

머니투데이는 당시 리 위원장 바로 왼쪽에 앉았던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인터뷰한 결과 "(손 회장은)'그런 얘기는 들은 바 없다'며 '어떻게 나온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냉면 발언은 없었고 '투자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원론적 취지의 발언 정도는 들었다'는 손 회장의 말을 전했다.  

다시 한 번 정진석 의원의 통일부 국감장 발언을 살펴보면 정 의원은 "리선권이 옥류관 행사장에서 100명이 넘는 참석자가 있는 자리에 불쑥 나타나 '아니 지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했고 이에 대기업 회장들은 어이가 없어 가만히 앉아 듣기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명균 장관을 향해 "이런 무례하고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능사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조명균 장관은 "불쑥 온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조 장관의 답변처럼 리 위원장이 불쑥 나타난 것은 아니고 처음부터 남측 기업인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 입장을 기다린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정 의원은 이날 폭로 이후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총수들 (모욕) 이야기는 예전부터 떠돌던 이야기다."라며 "리 위원장의 발언 이후 테이블 분위기는 썰렁해졌다"고 했다. 

재계 총수들의 협조를 이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비아냥조'에 가까웠다는 것이 정 의원이 전해들은 얘기다.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다시피 한 냉면 발언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1일 <포커스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이야기가 공식적으로 나온 적이 없기 때문에 제가 말씀을 드릴 게 없다"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하신 말씀을 들어보면 사실관계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폭로의 당사자인 정진석 의원실은 '누구로부터 전해들었는가'라는 질문을 위해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않아 발언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공방은 당분간 공방으로만 이어질 것 같다.

남기창 기자  nkc1@ifocus.kr

<저작권자 © 포커스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