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배(문학박사칼럼니스트)

'극우성향 보수단체'가 국회를 점거하여 '난장판'으로 만들었다는 뉴스가 떴다.

1948년 이후 보수(집권) 세력은 '법과 질서'를 만병통치의 가치로 내세웠다. 그런데 눈을 의심케 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자신들의 가치를 스스로 무너뜨리려고 작정한 것일까?

박근혜 탄핵 이후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문재인정부에 반대하는 보수적인 정치인, 언론인, 지식인, 그리고 일반시민의 언행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갈 어떤 합리적 현실적 '대안'을 제시한 경우를 찾기 어렵고 독단적 주장이나 품위 없는 행동만 무성할 뿐이다.

문재인정부와 관련된 일이라면 무조건 싸잡아 '망국'이니 '막장'이니 '좌파독재'니 하면서 나라가 망하길 바라는 듯이 불안, 불신, 긴장, 적대감을 조장한다.

아마도 그러한 심리상태에서 국회점거라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을 것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국회점거를 '승리'로 규정한 것은 그런 정치문화의 상징적 표현이라 하겠다.

물론 정치적 '레토릭(rhetoric)'이라고 접어줄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지도자의 발언에는 비전과 전략과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안타깝기 짝이 없다.

주지하듯이 미국은 세계로 힘을 확대하면서 폭력과 전쟁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러한 행위를 '평화' '자유' '정의'의 이름으로 정당화했다.

"미국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세계에게도 이익"이라는 판단과 역사는 미국의 편이라는 믿음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우리의 숭미 보수 세력에게는 그런 믿음이나 대의가 없다. 그들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 건설에 이바지했다고 자부하면서도 1948년부터 1987년에 이르는 40년 독재와 부역의 치부를 '회개'하지 않는다.

냉전 종식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 고약한 틀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기는커녕 과거에 대한 ‘왜곡된 기억’에 의존한다.

작금의 보수의 언행이 다수 시민에게는 '웃음거리'가 되고 '든든한'보수를 기대하는 시민에게는 자괴감이 들게 만드는 이유다.

냉전과 독재의 선전 때문에 우리의 눈과 귀는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자신마저 기만하도록 길들여져 있다"고 얼버무릴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식으로 문제를 덮어버릴 때가 아니다. 정치적 이해를 따지기 전에 '뼈를 깎는' 성찰이 요구되는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 그래서 그 점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이 특정한 신념에 갇혀 역사와 현실을 오독하고 있는지 진지하고 꼼꼼하게 되짚어 볼 필요는 있다. 그릇된 신념이 자신을 망치고 사람들을 '지옥'으로 안내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요즘 세태를 보면서 이솝 우화가 문뜩 떠오른다.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의 명을 받아 인간과 다른 동물을 창조하는 일을 시작했다. 이성을 가진 인간이 이성이 없는 짐승보다 수가 훨씬 적은 것을 본 제우스는 짐승 일부를 인간으로 변화시켜 균형을 잡으라고 명하였다. 프로메테우스는 그 명을 따랐다. 이것이 어떤 인간은 외형만 인간이지 짐승의 영혼을 갖게 된 이유이다."

'사람 가죽을 썼을 뿐 본질은 짐승인 인간이 허다하다'는 의미다. 역사적 전환기에는 감춰 두었던 추한 실체들이 드러나면서 사라지기 마련인데 지금이 그 때인가?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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