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가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포커스데일리DB]

(대구=포커스데일리) 유성욱 기자 = 직장인 A 씨는 최근 집에서 쫓겨났다. 아내와 자녀가 모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가족 간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집을 두고 회사 앞 호텔에서 본의 아닌 자취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그는 "주변 동료들 중에도 가족 감염으로 집을 나온 경우가 있다"며 "회사 주변에 어떤 호텔이 가성비가 좋은지 정보를 서로 공유한다"고 말했다.

가족 간 코로나19 감염이 급증하면서 코로나19 이산가족이 속출하고 있다. 아직 감염되지 않은 가족이 재택 치료자를 위해 집을 양보하면서 나타난 웃지 못할 풍경이다.

16일 대구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2만 4115명 증가한 30만 7238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14명이다.

직장과 학교를 포함해 사회 곳곳에서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속출하자 가족 구성원 다수가 동시에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직장인 임모(52) 씨는 "재택근무로 인해 네 식구가 함께 생활하던 중 아내가 확진 판정을 받고 이틀 후에 대학생 딸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그다음 날에는 아들도 양성 판정을 받아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 증상이 심해서 혼자 호텔로 갈 수가 없었지만 감염되지 않는 것이 맞다는 아내 말에 어쩔 수 없이 짐을 싸서 나왔다"며 "집단 감염된 셋은 집에서 마스크를 벗고 함께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계적 일상회복 방침에 따라 정부가 확진자 치료 원칙을 재택 치료로 전환하면서 집에서 격리생활을 하는 환자 수는 급증하는 추세다.

대구시에 따르면 16일 0시 기준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재택치료 환자 수는 전날보다 3606명이 추가돼 총 1만 4495명으로 늘었으며, 전체 재택지료자는 7만 9030명이다. 위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 가동률은 83.1%이며, 감염병전담병원 병상 가동률은 49.4%이다.

오미크론 전파력이 강한 데다 아이를 돌보다 부모가 감염되는 사례가 잇따르자 어쩔 수 없이 별거를 택하는 가족들이 생겨난 셈이다. 한 가족 안에 재택 치료자가 다수인 경우 화장실이나 부엌 분리 사용이 어려워 미확진자가 숙박시설로 몸을 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직장인 정모(34) 씨는 "자녀와 남편에 이어 저까지 확진 판정을 받으면 사회생활에 제약이 너무 많아진다"며 "당분간은 제가 근처 호텔에서 자취하면서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확진자 동거인은 확진자의 격리 시작일(검체 채취일)부터 10일 동안 외출을 삼가고 사적모임 및 고위험 시설 방문 자제해야 한다. 타인과 대면접촉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재택 치료를 하는 확진자와 식기·수건 침대·컴퓨터는 따로 사용하고 방문고리나 스위치도 1일 1회 이상 소독해야 한다.

확진자와 함께 생활 중인 주부 김모(36) 씨는 "가족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 빨래나 쓰레기 배출까지 모두 따로 하라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며 "호텔 비용도 만만치 않고 내 생활도 있어서 집을 떠날 수는 없는데 집에서 방역 심리가 느슨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의료계 전문가들은 화장실이 두 개 이상이고 생활을 완전히 분리할 수 있는 주택구조가 아닌 이상 가족 간 감염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가족이 재택 치료 중일 경우 미감염 자녀를 친척 집에 보내거나 미감염자가 별거하는 방법이 현재로선 유일하다며 가족 간 감염률을 집계할 수 있는 통계 수치도 없어 감염 상황 파악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유성욱 기자  noso898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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