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바른정당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전체회의에서 당대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자리에 앉아 진수희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바른정당이 흔들리고 있다. 당내 통합파와 자강파의 갈등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유승민 비상대책위원장' 카드가 무산되며 일시적으로 갈등이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통합파 3선 의원들이 27일 한국당 3선의원들과 '보수우파 통합추진위원회'를 추진키로 하면서 다시금 갈등이 촉발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 강석호·권성동·김성태·여상규·이철우·홍일표 의원, 바른정당 소속 김용태·김영우·이종구·황영철 의원 등은 이날 오후 여의도의 한 한정식집에 모여 회동을 가졌다. 이철우 의원은 이날 회동을 마치고 나와 "보수우파 통합추진위를 만들자, 그런 계획을 당 지도부에도 이야기를 해서 연휴가 끝나고 10월11일 만나서 다시 의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모인 의원들은 강석호·이철우 의원을 제외하면 바른정당에 몸담았던 의원들로 권성동·김성태 의원 등은 지난 대선 당시 홍준표 대표 지지를 선언하며 자유한국당으로 적을 옮겼다. 또 이철우 의원을 제외한다면 모두 김무성계로 분류됐던 의원들이기도 하다. 

유승민계 인사들은 당장 반발했다. 자강파로 분류되는 하태경 최고위원은 28일 열린 의원전체회의에서 "건조하게 말하겠다. 어제 나온 보수통합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바른정당 최고위원회와 사전에 협의된 것이 아니다"라며 "지도부의 의사와 관계없이 진행됐다"고 했다. 

유승민 의원의 대선후보 시절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진수희 최고위원은 "저는 국민들께 너무 부끄러워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진 최고위원은 "불과 보름쯤 전에 당내 압도적 구성원이 찬성했던 유승민 비대위를 무산시키며, 11월 초에 조기 전당대회를 하기로 한 바 있다. 그걸 합의하고 바로 돌아서서 합당을 추진한다? 무슨 아름다운 언어로 포장해도 정치적 꼼수이며, 더 심한 단어까지 말씀 드리려고 했지만 참는다"라고 격앙된 태도를 숨기지 못했다. 

진 최고위원은 "작년 말 새누리당에서 분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하며 그 때 명분은 보수가 이대로는 안된다, 반성의 토대 위에 혁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근데 보수가 혁신이 됐느냐, 한국당이 혁신이 됐느냐. 한국당이 점점 수구 반혁신으로 가고 있다는 게 국민들의 냉정한 평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진 최고위원은 "빠른 통합을 원하는 분들께 강력하게 요구한다. 그렇게 한국당으로 귀순하고 싶으면 개별적으로 가라, 거기에 보수대통합이라는 그 아름다운 용어를 오염시키지 말고"라면서 "자신들에게 올 비난을 물타기 하기 위해 전체 당을 끌고 가는 그런 행위를 하지 마라"고 했다. 이어 "당내에 남아 어떻게든 보수를 혁신해 제대로 해보겠다고 정치생명을 걸고 몸부림 치는 분들을 흔들지 말고 개별적으로 가라"고 말했다. 

지상욱 의원 역시 "그렇게 하려면 논의를 거쳐야 하는 게 공당의 절차 아니냐. 지난 최고위 때 유승민 비대위를 뒤집고 의총을 열어 전당대회를 11월에 하자고 했는데 이건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도형 기자  namuui@ifocus.kr

<저작권자 © 포커스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