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지방소멸'은 오래된 미래입니다. 저출산과 고령화, 경제적 요인에 따른 젊은층의 탈(脫)지역. 수도권에서 유리된 지방은 소멸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경북 의성과 전남 고흥은 30년 이내에 사라지게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방소멸의 위험성은 수 차례 제기돼 왔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방소멸은 우리 앞에 놓인 '오래된 미래'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5년간 50조원이 투입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실시하고, 지방분권 의지를 밝히는 등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목표로 추진 중인 개헌(改憲)에 지방분권이 어떻게 명문화될 것인지 역시 중요한 문제입니다. 

<포커스데일리>는 총 10부에 걸쳐 지방소멸의 현실을 진단해 보고 우리 사회의 관심을 환기해 보고자 합니다. 지역본부들이 담아 내는 생생한 지방의 목소리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인포그래픽을 통해 전달되는 지방소멸의 현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자료 사진) 2017.7.17/뉴스1

(서울=포커스데일리) 치과 의사들에게는 희소식이다. "만약 파산한 치과 의사가 있다면 여기로 오면 돈 법니다." 권영택 경북 영양군수는 지난 7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령 인구가 많아 산부인과보다 치과 진료 수요가 훨씬 높다는 자조다. 

7월 현재 경북 영양군의 전체 인구는 1만7000여명이다. 이 중 3분의 1에 가까운 5900여명이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다. 누군가에게는 낭보일지 모르겠으나 국가 차원에서는 위협이다.  

권 군수에 따르면 지난해 영양군에서 태어난 아이는 총 68명이다. 영양군의 면적은 815.15㎢. 여의도 280개를 합친 크기다. '아기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표현은 적어도 영양군에서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통용된다. 권 군수는 "경로당만 161개소지만 어린이 놀이터는 아직 한 군데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양군에는 산부인과가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안동병원은 영양군청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다. 영양군의 한 임산부는 지난 10월 구급차를 타고 산부인과로 향하던 도중 차 안에서 출산하기도 했다.

변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영양군은 30년 이내에 아예 무인지대가 될 수도 있다. 영양군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기초자치단체는 86개에 달한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지난 9월 '한국의 지방소멸 2'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소멸위험지수 히트맵. 2017.11.28 김도형 기자. namuui@ifocus.kr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 만으로는 지방소멸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렵다. 이 연구위원이 고안한 소멸위험지수는 가임여성의 90% 이상이 분포한 20~39세의 여성인구 수를 65세 이상의 고령인구 수로 나눈 지표다. 이 연구위원은 소멸위험지수 0.2 미만을 소멸 위험이 매우 높은 '소멸고위험지역'으로, 0.5 미만을 '소멸위험진입지역'으로, 1.0 미만을 '소멸주의단계'로 분류했다. 

이 연구위원은 "다른 현실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매우 단순화된 조건을 가정할 때 소멸위험지수가 1.0 미만, 즉 20~39세여성인구가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보다 적은 상황으로 하락하는 경우, 그 공동체는 인구학적인 쇠퇴위험 단계에 진입하게 됐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고령인구와 가임여성 인구 비중이 최소한 1:1을 이뤄야 인구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구 유지가 어려운 소멸고위험지역은 총 7곳이다. 앞서 살펴본 경북 영양군(0.196)은 물론 의성군(0.158)·군위군(0.174)·청송군(0.195), 경남 합천군(0.174)·남해군(0.183), 전남 고흥군(0.167)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소멸위험진입지역 또한 79개에 달한다. 경북이 17곳으로 가장 많다. 전남이 16곳, 경남 10곳, 전북 10곳, 충남 10곳으로 뒤를 잇는다. 소멸 가능성이 있는 기초단체들이 전체 기초단체 229개(세종·제주 포함)의 37.3%에 달하는 현실이다. 특히 전남의 경우,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소멸위험지수가 0.48을 기록했다. 도 전체가 소멸위험진입지역이 된 것이다. 

소멸 고위험 지역. 2017.11.28 김도형 기자 namuui@ifocus.kr

비단 '시골'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부산시 영도구와 동구는 지난 2016년 각각 0.46, 0.47을 기록하면서, 광역시 소속 기초단체 중 처음으로 소멸위험진입지역이 됐다. 상당수의 지방 대도시 지역 또한 적어도 '주의' 단계에 해당한다. 광역시도 지방소멸의 위협에서 예외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소멸위험지수 1.0 이상을 기록한 '정상' 기초단체는 70개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소멸 위험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이 '지역 고용동향 브리프' 2016년 봄호에 기고한 '한국의 지방소멸에 관한 7가지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소멸위험지수는 2004년 2.0에서 2015년 1.0 수준으로 하락하기까지 11년이 걸렸다. 미국이 21년, 일본이 16년 소요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또한 '인구소멸 1호 국가'로 한국을 지목한 바 있다.

남겨진 노인들은 쇠락한 도시와 함께 예정된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소멸위험지수가 전하는 지금 여기의 한국이다.

김도형 기자,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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