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서울=포커스데일리) 자유한국당에서 2차 내홍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 선출 당시 당내에서 불거졌던 '홍준표 사당화' 논란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보이는 것이다. 이번에는 중진 의원들이 나섰다. 

자유한국당 4선 이상 중진의원 12명은 8일 홍준표 대표에게 그간 중단됐던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재개를 요청했다. 이들은 이날 홍 대표에게 보낸 요청서에서 "대한민국이 위기다. 문재인 정부의 실기와 실책으로 대한민국은 단 한 발도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조차 '보수 적통 정당'으로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세간의 민심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따라서 중진의원들은 구국과 구당의 마음으로 홍 대표에게 그간 중단됐던 최고중진연석회의 개최를 요청한다"고 했다. 

이날 요청서에 올린 의원은 심재철·이주영·정갑윤(이상 5선), 강길부·나경원·신상진·유기준·정우택·정진석·주호영·한선교·홍문종(이상 4선) 의원 등이다. 한국당내 4선 이상 중진의원은 모두 20명으로 절반 이상이 이름을 올린 것이다. 당내 최다선인 서청원(8선) 의원과 김무성(6선) 의원 등은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홍준표 대표는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느닷없이 두 세명이 주동이 돼 최고중진연석회의를 요구하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어 한 마디 한다"며 "앞으로 공개회의는 대여투쟁을 담당하고 있는 김성태 원내대표과 주관해서 수행하기로 하고 나는 지방선거에만 주력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지방선거 때까지 의결을 요하는 사안만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하기로 했다"며 "더구나 최고중진연석회의라는 것은 당헌당규에도 없는 것이고 당 대표가 필요할 때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그러면서 이름을 올린 사람들을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부패로 내사 수사를 받는 사람(홍문종) △중진이면서 당협위원장에 떨어진 사람(유기준) △자기 상가 안왔다고 방송에 나가 당 대표를 공개 비난하는 사람(나경원) △원내대표 꼴찌하고도 의원들이 왜 그런 결정했는지 반성하지도 않고 나서는 사람(한선교) △당이 어려운데도 지방선거에 나가지 않고 꽁무니 빼는 사람(이주영) 등이 홍 대표의 비판이다. 

그는 "대부분은 그렇지 않지만 그런 사람들이 아직도 설치는 당"이라면서 "두 세명이 준동한다고 해서 이젠 흔들릴 당도 아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중진에 걸맞게 선당후사하는 마음을 가지라. 이것이 마지막 기회다"라고 경고했다. 

최고중진연석회의는 당 지도부와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이 참석하는 연석회의체다. 당 지도부가 아닌 중진의원들은 정치적 메시지를 낼 기회가 많지 않은데, 최고중진연석회의는 주로 비주류 중진의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해왔다. 

특히 당 지도부에 면전에서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할 수 있어, 여론의 주목도가 올라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2015년 친박계가 당을 장악하고 있을 때 비주류였던 이재오 전 의원 등이 이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11월 이정현 대표 체제 당시, 정병국 의원이 이정현 전 대표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주장해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설전을 벌이는 촌극도 있었다. 홍 대표로서는 중진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홍준표 사당화'를 주장한다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도형 기자  namuui@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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