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은 지난 2013년 2월25일 박 전 대통령의 취임식 당시. 2013.2.25/뉴스1

죽은 근혜를 내치니 산 명박(MB)이 들어오는 형국이다. 자유한국당의 얘기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명했다. 명분은 지방선거였다. 

홍준표 대표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정부여당을 겨냥해 "박근혜 전 대통령 문제를 내년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기 위해 무리하게 구속기간까지 연장하면서 정치재판을 하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을 '국정농단 박근혜당'으로 계속 낙인 찍어 한국 보수우파 세력들을 모두 궤멸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그래서 저는 자유한국당이 한국 보수우파의 본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박근혜당'이라는 멍에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 연장돼 향후 재판 결과가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를 막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제명한다는 것.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을 제명하자 MB가 여론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댓글 공작으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됐고 MB의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이 확보됐다. 검찰의 수사가 MB를 향해 가고 있는 상황 때문이다. 

인터넷 검색 관심도를 알아볼 수 있는 구글 트렌드에서 17일 오후 '이명박'과 '박근혜'를 함께 입력, 지난 90일 동안의 '시간 흐름에 따른 관심도 변화'를 살펴보자. 전반적으로 박 전 대통령 관심도가 이 전 대통령 관심도를 상회하지만, 11월10일을 기점으로 MB에 대한 관심도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관심도를 추월한다. 

지난 7일 소환됐던 김관진 전 장관이 MB로부터 군 사이버사 증원을 지시받았다는 진술이 보도된 직후다. 이후 이 전 대통령 관심도는 12일 최고점을 찍는다. 당시 MB는 바레인으로 출국하며 "이것(적폐청산)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적 보복이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정치권에선 MB를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검찰의 기소 여부를 예단할 순 없지만, MB가 기소될 경우 내년 지선의 최대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근 정치권의 흐름을 보면, 이 전 대통령과 한국당은 한 배를 타고 있는 형국이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이 '정치 보복'이라는 한국당의 주장에 이 전 대통령이 힘을 실었고,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들에게 자유한국당으로 결집할 것을 주문했다. MB측은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있었던 자료를 공개할 의사까지 피력하고 있다. 

한국당 내에선 친이계 출신 인사들이 당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MB와 각별한 사이다. 옛 친이계 김성태 의원은 내달 예정된 원내대표의 경선의 유력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결국 이명박 정부에 대한 조사를 두고 정부여당과 한국당이 강하게 부딪히게 되고, 그 장은 지방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MB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는 바닥이다. 지난 9월28일 MB는 페이스북을 통해 적폐청산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다. 해당 게시글에는 "얼른 자수하셔서 구치소라 가라" "페북을 어지럽히는 꼼수짓 그만하라" 등 비판 댓글이 쇄도했다. MB의 바레인 출국이 알려졌을 당시엔 이명박 전 대통령 출국금지 청와대 청원엔 무려 9만여명의 국민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다스는 누구꺼?"라는 유행어는 MB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적폐청산에 저항하기 위해선 MB와 결집해야 하나, 지방선거를 위해선 다소 거리를 둬야하는 딜레마가 발생하는 상황. 

MB정부 당시 불법 행위에 대한 증거가 속속 들어나는 상황에서, 지선의 현안으로 대두될 경우 한국당의 아킬레스 건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당으로선 '적폐청산'에 대해 함께 맞서더라도 지선의 현안으로 떠오르는 건 피하고 싶은 심정일 것. 한국당은 17일 여의도 당사에 홍 대표의 지시로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을 걸었다. MB의 사진은 걸지 않았다.

MB는 이미 탈당한 상황으로 한국당으로선 별다른 거리두기가 불가능하다. 특히 MB는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페이스북 등으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다. 이미 물밑에서 자신의 측근들에게 한국당으로 복당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홍 대표는 내년 지선에서 광역지자체 6곳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할 경우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원내 116석 제1야당 치고는 다소 낮은 목표다. 그만큼 한국당이 곤궁한 처지에 몰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좋든 싫든 MB와 한 배를 타고 있는 한국당과 홍 대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한국당의 앞길에 관심이 모인다. 

김도형 기자  namuui@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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